언제부턴가 SNS를 열면 모두가 비슷한 음식을 먹고, 같은 스타일의 음료를 들고 인증 사진을 찍습니다. 자영업자 입장에서도 이런 유행은 매력적인 기회처럼 보이죠. 남들보다 빨리 도입하면 단기간 매출이 오르고, 검색 노출도 늘어나며, 새로운 손님도 유입됩니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모두가 따라 하는 트렌드일수록 수명이 짧고, 금세 식상해질 가능성도 높습니다. 유행은 붐이 될 수 있지만, 그것이 곧 장기적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이 글에서는 자영업자가 트렌드 메뉴에 휘둘리지 않으면서도 필요한 선택을 하는 방법, 즉 유행의 흐름을 활용하되 함정에 빠지지 않는 판단 기준에 대해 다루고자 합니다.
유행은 빠르게 뜨고 더 빨리 식는다
한때 달고나 커피가 열풍이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보다 앞서선 치즈볼, 불닭마요, 휘핑크림 버블티 같은 메뉴들이 큰 인기를 끌었죠. 이 메뉴들은 짧은 기간 안에 급속도로 확산됐고, 손님들의 호기심과 SNS 노출을 등에 업고 많은 매장에서 도입됐습니다. 하지만 공통점이 있습니다. 짧은 시간 안에 소비되고, 몇 달 후엔 언급조차 되지 않는다는 점이죠. 유행 메뉴는 대부분 ‘낯섦’과 ‘비주얼’로 인기를 끌지만, 반복 구매를 유도하는 힘은 약합니다. 고객 입장에서 한 번쯤 경험해보고 싶은 재미는 되지만, 자주 찾게 되는 안정감은 주지 못합니다. 그렇기에 유행 메뉴에 집중한 매장은 유입은 빠르지만 유지가 어렵습니다.
또 하나 간과하기 쉬운 문제는 ‘적응 비용’입니다. 갑작스레 새로운 메뉴를 도입하면 새로운 재료, 기기, 레시피 숙련이 필요합니다. 주방 동선이 흐트러지고, 직원 교육 시간이 길어지며, 실패 시 재료 낭비도 함께 발생합니다. 특히 트렌드 메뉴는 원가율이 높은 편이 많아 수익률 측면에서도 장점이 크지 않습니다. 게다가 대부분 공급사에서 반짝 판매를 전제로 제작된 원재료가 많기 때문에, 몇 달 후에는 수급 자체가 어려워지는 경우도 잦습니다. 고객은 유행에 민감하지만, 운영자는 이 흐름에 흔들려선 안 됩니다. 유행은 판단의 참고자료이지, 매장의 핵심 결정 기준이 되어선 곤란합니다.
트렌드를 따라가는 데 숨은 함정들
유행 메뉴를 도입할 때 가장 많이 고려되는 건 ‘화제성’입니다. 손님들이 SNS에 올릴 수 있는 비주얼, 기존과 다른 맛 조합, 재밌는 이름과 콘셉트는 분명 매력적인 요소입니다. 하지만 이 메뉴들이 실제로 운영에 가져오는 부담은 예상보다 훨씬 큽니다. 우선 재료 단가부터 살펴봐야 합니다. 유행 메뉴는 대부분 독특한 식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납품 가격이 일반 메뉴보다 높거나, 공급처가 제한적이라는 함정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수요가 급증하면 가격이 오르고, 인기 하락 시엔 반대로 재고가 남아 폐기되는 일이 발생합니다. 다음은 제조 시간입니다. 신메뉴는 손에 익기 전까지 조리 시간이 길고, 작업 흐름을 어지럽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로 인해 기존 메뉴의 품질이 떨어지거나 고객 대기시간이 늘어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짧은 생명력’입니다. 트렌드 메뉴는 흥미로워 보이지만, 손님의 입맛에 오래 남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두 번 먹고 흥미를 잃거나, 타 매장에서 더 나은 품질로 제공하면 쉽게 이탈합니다. 결국 도입 당시 기대했던 매출 상승은 몇 주를 넘기기 어렵고, 이후에는 정리도 어려운 애매한 메뉴로 남게 됩니다. 여기에 메뉴판 재인쇄, 홍보 콘텐츠 제작, 배달앱 사진 교체, SNS 계정 전환 등 숨겨진 부수 작업들이 생기면 그때서야 도입 비용의 전모가 드러납니다. 단순히 메뉴 하나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매장 전체의 흐름을 흔드는 일일 수도 있는 것입니다. 유행은 빠르게 지나가지만, 운영자는 그 잔해를 수습해야 합니다. 그래서 모든 유행 메뉴는 ‘도입 전 계산서’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잠깐의 이목이 아니라, 오늘 이후에도 이 메뉴가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를 냉정히 따져야 합니다.
낭패를 줄이는 판단력의 조건
그렇다면 유행 메뉴를 무조건 피해야 할까요?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중요한 건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선별’하는 능력입니다. 어떤 유행은 매장의 성격과 정확히 맞아떨어져 브랜드 이미지 상승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잘 맞지 않는 트렌드를 무리해서 끼워 넣으면 오히려 손님의 혼란을 불러오고, 기존 메뉴의 정체성을 흐리게 됩니다. 판단 기준 첫 번째는 ‘내 매장의 콘셉트와 어울리는가’입니다. 예를 들어 건강식 콘셉트인 매장에서 휘핑 가득한 디저트를 유행이라는 이유만으로 도입하면, 기존 손님의 충성도를 해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원가율과 회전 가능성’입니다. 원재료 수급이 안정적이고, 일정 수준 이상 팔릴 수 있다는 확신이 없다면 도입은 보류하는 것이 좋습니다. 세 번째는 ‘운영 부담을 감당할 수 있는가’입니다. 신메뉴는 조리법과 재고 관리, 위생 기준이 새롭게 조정되어야 하며, 이는 직원 교육과 시간 투자로 이어집니다. 이미 운영 여유가 부족한 매장이라면 단기 매출보다 장기 혼란이 더 클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건 ‘테스트 판매의 유무’입니다. 유행 메뉴를 도입하고자 한다면, 일정 기간 동안 소량만 한정 판매해 손님의 반응을 보는 방식이 필요합니다. 여기서 회전이 빠르고 재구매가 발생한다면 본 메뉴로 승격하는 것이고, 반응이 미미하다면 빠르게 종료하는 유연함도 필요합니다. 판단력은 감각이 아니라 기록에서 나옵니다. 메뉴별 판매량, 리뷰 반응, 시간대별 주문 비율 등을 종합해 판단하면 유행의 거품에 휘둘리지 않고 매장만의 무게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결론
유행은 단기적인 기회를 줄 수 있지만, 함정도 함께 동반합니다. 자영업자는 손님의 반응을 빠르게 읽어야 하되, 그 흐름에 휩쓸리지 않을 판단력이 필요합니다. 유행을 따를 것인가 말 것인가는 감각이 아니라 준비와 기준에서 결정되어야 합니다. 오늘 도입하려는 메뉴가 3개월 뒤에도 여전히 매장 안에 있을지 스스로 물어보세요. 그 질문에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다면, 유행을 활용할 준비가 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