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를 시작하면 누구나 ‘잘되면 남겠지’라는 마음으로 출발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매출은 꾸준한데 정작 통장을 보면 잔고는 바닥이고, 바쁘게 일했는데 월말엔 숨 돌릴 여유조차 없습니다. 손님은 많은데 사장의 얼굴에는 피로감이 쌓여갑니다. 이는 단순히 매출 문제가 아니라, 장사 구조 안에서 이익이 새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남는 장사가 어렵다는 건 가격이 낮아서가 아니라, 마진을 지켜낼 수 있는 구조가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왜 많이 팔아도 남지 않는가’, ‘이익은 어디서 증발하는가’라는 질문을 바탕으로 장사 구조 안의 마진 손실 지점을 찾아보고, 그 원인을 점검해 봅니다. 바쁘기만 한 장사에서 벗어나, 진짜 ‘남는 장사’로 전환하기 위해 지금 우리가 알아야 할 것들을 짚어봅니다.
판매가와 마진은 다르다
많은 자영업자가 처음 장사를 시작할 때 ‘단가에서 원가를 빼면 남는 돈’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커피 한 잔을 4,000원에 팔고 원두·우유·컵 등 원재료 비용이 1,000원이면 3,000원이 남는다고 여기는 식입니다. 하지만 이 계산은 지나치게 단순합니다. 그 3,000원에는 전기료, 수도료, 인건비, 임대료, 관리비, 설비 감가상각 등 온갖 비용이 들어 있어야 한다는 것은 이제 장사를 1시간만 배워도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무엇보다도, 장사는 하나의 제품만으로 운영되지 않습니다. 하루 매출 중 일부 메뉴는 팔리지 않으며, 폐기되는 재고도 존재합니다. 또 시간이 지남에 따라 손님이 덜 찾는 메뉴가 생기고, 반대로 준비 시간이 과도한 메뉴는 인력 리스크를 동반합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그날 팔린 메뉴의 단가’로 정산되다 보니 실제 마진 구조가 왜곡되는 것이죠.
판매가는 수익이 아니라 계산의 출발점일 뿐이며, 중간에 걸쳐 있는 수많은 지출 항목을 모두 통과하고 나서야 비로소 ‘남는 것’이 보입니다. 특히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 바로 ‘시간’입니다. 자영업자의 노동이 전혀 반영되지 않는 구조도 많습니다. 하루 12시간 일하고 하루 40만 원 매출이 났다면, 이는 순이익이 아니라 시급 1만 원 수준의 자가 노동일 수 있습니다. 판매가만 보고 수익을 예단하는 방식은 장사에 착시를 만들어냅니다. 그래서 숫자에 속지 않기 위해선 매출이 아닌 지출 중심의 회계를 먼저 이해해야 하며, 메뉴별 실제 기여도를 따로 계산해야 합니다. 한 가지 더, 판매량이 많을수록 마진이 준다는 구조도 존재합니다. 단가를 낮춰 많이 팔면 물류와 노동 부담은 늘고, 손실 가능성은 커지기 때문입니다. 장사는 ‘얼마나 팔았는가’보다 ‘얼마를 남겼는가’가 본질입니다. 그리고 그 차이는, 판매가가 아닌 구조에서 결정됩니다.
장사 구조 속에 숨은 손실 지점들
‘장사가 남지 않는다’는 말은 종종 현실처럼 들립니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실제로 이익을 새게 만드는 지점은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는 불균형한 메뉴 구성입니다. 어떤 메뉴는 원재료가 20% 수준인 반면, 어떤 메뉴는 40%를 훌쩍 넘기지만 같은 가격대에 판매되고 있다면, 메뉴 간 기여도가 완전히 다릅니다. 고객은 그 차이를 모르지만, 운영자는 이 구조에서 무의식적으로 손해를 감수하고 있는 셈이죠. 또 다른 손실 지점은 재고 관리입니다.
특히 유통기한이 짧은 식재료를 쓰는 업종일수록 폐기 비용이 자주 발생합니다. 이것은 회계상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실제론 매월 수십만 원 이상의 누수가 발생하는 주요 원인입니다. 다음은 인건비입니다. 일정 매출 수준을 넘어서기 전까지는 인건비를 고정비로 볼 수밖에 없는데, 이때 직원 수나 근무 시간이 적정하지 않으면 전체 수익 구조가 기울게 됩니다. 특히 ‘한 명 더 있으면 좋겠다’는 감정적 판단으로 인력이 늘어날 경우, 마진은 즉시 감소합니다.
여기에 광고비, 배달 수수료, 포장재 단가까지 포함되면 이익은 더욱 줄어듭니다. 실제로는 개별 항목 하나하나가 문제라기보다는, 그것들이 서로 엉킨 상태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메뉴당 마진은 괜찮은데 폐기율이 높고, 직원 숙련도가 낮아 제조 시간이 길어지며, 그 결과 회전율이 낮아지는 패턴이 반복된다면 총체적 손해 구조가 되는 것입니다. 이럴 경우에는 단가 조정만으로 해결되지 않으며, 메뉴 수 축소, 작업 방식 표준화, 폐기 관리 기준 강화 같은 운영 전반의 조정이 필요합니다. 장사에선 마진을 뺏어가는 건 큰 지출이 아닙니다. ‘당연한 듯 반복되는 손실’입니다. 바로 그것을 구조적으로 끊어내야, 남는 장사가 시작됩니다.
남는 장사를 위한 운영 설계란 무엇인가
남는 장사를 하려면 가격만 조정해선 부족합니다. 운영 전반을 ‘마진 중심’으로 재설계해야 합니다. 가장 먼저는 원재료 관리입니다. 메뉴별 재료 리스트를 분석하고, 겹치는 식자재를 중심으로 공급을 통일하거나, 폐기율이 높은 항목을 제거하는 것만으로도 일정 부분의 손실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이는 곧 낭비를 줄이는 동시에 메뉴 간 생산성을 올리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다음은 노동 시간의 효율화입니다. 사장 스스로가 주방, 홀, 회계, 마케팅을 다 맡고 있다면 장기적으로는 체력도, 수익도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주간 단위 업무 분배표를 작성하고, 업무마다 시간당 효율을 따져서 어떤 일이 수익과 직접 연결되는지를 구분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메뉴 개발이나 리뷰 응답은 직접 할수록 효과적인 반면, 재고 정리나 일반 응대는 위임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남기기 위한 운영은 바로 ‘사장이 집중해야 할 일’과 ‘위임 가능한 일’을 구분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또한 장사에서 중요한 건 시간당 수익입니다. 하루 총매출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느 시간대에 얼마를 벌 수 있는지, 어떤 시간에 사람이 몰리고 어떤 메뉴가 팔리는지를 체크해서 인력과 운영 집중도를 조절해야 합니다. 이와 함께 가격 구조도 재검토해야 합니다. 단가가 낮은 대신 빠르게 회전되는 메뉴와, 단가가 높지만 주문 빈도가 낮은 메뉴는 서로 다른 전략이 필요합니다. 전자는 회전율 중심으로 수익을, 후자는 부가가치 중심으로 마진을 확보해야 하죠. 마진 중심의 운영 설계는 감각이 아니라 기록과 분석에서 시작됩니다. 주간별 재료 소진율, 시간당 매출, 메뉴별 기여도 등을 꾸준히 기록하면 운영자가 ‘감이 아닌 수치’로 판단하게 됩니다. 이때부터 비로소 장사는 주관이 아닌 설계가 됩니다. 그 설계는 결국, 남는 장사를 가능하게 만듭니다.
마치며
남는 장사가 어렵다는 말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이유는 단순히 단가나 손님 수 때문만은 아닙니다. 반복적으로 새는 지출, 익숙함 속에 방치된 구조, 무심코 유지되는 비효율이 이익을 잠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진짜 마진은 지식에서 나오고, 그 지식는 점검에서 만들어집니다. 매출보다 수익을, 수익보다 남는 것을 설계하는 방식으로 오늘의 장사를 다시 들여다본다면, 같은 매출도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 수 있습니다.